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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시대적 배경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92년에 개봉했으며 작가 이문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원작소설 또한 <사람의 아들> 등과 함께 이문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학교는 곧 작은 사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그때를 회상하며 참으로 즐거웠던 학창시절이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학교를 다닐 동안에는 교내에서 여러 일들을 겪게 됩니다. 또래 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리지만 누군가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잘못한 일로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습니다. 그중에서도 흔히 말하는 대장 노릇하는 선생이나 학생들이 있는데 그들 밑에서 군말 없이 따르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면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권력의 힘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이자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도 이와 비슷합니다. 권력자의 지휘 하에 약자들이 굴복하는 모습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1960년대 자유당 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연출된 작품입니다. 집권 여당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초등학생인 한병태(고정일)는 좌천된 공무원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옵니다. 5학년 2반으로 배정된 병태는 반장 엄석대(홍경인)를 보며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중심에는 엄석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엄석대에 저항하며 더 나은 분위기의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병태와 이를 저지하고 자신의 권력을 영원히 지키기 위한 석대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전개 됩니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줄거리
영화는 어른이 된 주인공 한병태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시골로 내려가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자유당 정권 말기에 어린 병태는 아버지의 좌천으로 시골 학교에 전학을 갑니다. 그가 배정받은 교실은 5학년 2반으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엄석대 반으로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엄석대는 5학년 2반의 반장으로 선생님을 대신하여 반을 통솔하고 있었고 성적도 운동도 학급 환경도 모두 1등인 반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선생님들의 신임을 얻어 엄석대 반으로 불리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자유로운 학급 분위기를 경험한 병태는 석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반 친구들이 그를 위해 행동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합니다. 결국 자신의 눈으로 보고 들은 것을 선생님께 이야기하지만 엄석대는 이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자기에게 불리할 수 있는 것들을 사전에 차단하며 오히려 병태를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힘들고 긴 싸움을 이어가던 병태는 그렇게 점점 자신도 엄석대의 왕국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학사의 학교 방문을 대비하여 교실 청소를 깨끗하게 해야만 하는 날이 옵니다. 청소 검사는 석태가 맡았고 병태를 제외한 모두에게 합격을 줍니다. 반 친구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도 혼자 남아 계속 청소를 하던 병태에게 엄석대는 결국 합격을 주고 이 한마디에 고독한 싸움을 이어오던 병태는 석대의 왕국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학년이 된 5학년 2반은 서울에서 전근을 온 새로운 선생님을 만납니다. 선생님은 진실과 자유를 칠판에 적었고 그동안 석대에게 부당한 일을 겪어온 아이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 듯 학급의 분위기가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그동안 석대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교과목의 성적 우수자들이 시험지에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석대의 이름을 적어 제출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병태도 이를 알리고 싶었지만 엄석대 왕국의 달콤함에 빠져있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오신 선생님은 시험이 끝난 후 이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석대를 불러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한없이 체벌을 가합니다. 석대는 결국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반 아이들은 그동안 석대에게 당했던 모든 사실들을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이윽고 반장 선거가 다시 열리고 교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됩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석대는 그 자리에서 교실을 빠져나오고 선생님이 뒤따르지만 그날 이후 아무도 석대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총평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엄석대의 5학년 2반의 모습이 당시 집권 여당인 자유당의 앞날을 암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른이 된 한병태가 스승의 부고를 접하고 시골로 내려가면서 자유당의 이야기가 나오고 엄석대의 왕국이 무너지기 직전에 3. 15 불법선거를 규탄하며 시위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엄석대의 반이 무너진 것처럼 자유당이 몰락하며 새로운 세상이 오는 듯했지만 군사 쿠데타와 함께 등장한 박정희로 인해 세상은 또 다시 절대 권력자가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젊은 시절에 진실과 자유를 외치던 담임선생님이 국회의원이 되어 그때와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관통하는 또 다른 엄석대의 등장이라는 점은 영화가 개봉하고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한국 영화 중에서 시대가 변해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현실을 반영한 영화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작은 세상이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며 생활하던 5학년 2반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현재의 정치 상황은 규칙도 없고 신념도 없이 그저 서로를 깎아 내리기 바쁘게만 보여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